목록기록/기록하는 여행 (4)
보라연
어릴 적 소위 말하는 평범한 사람들을 보며 막연히 난 남들과 다른 특별한 삶을 살 수 있을 줄 알았다. 마치 초등학생이 멋모르고 ‘난 하버드 갈거야’라고 말하는 것처럼. 어느 날 친구에게 불평 섞인 말을 했던 적이 있다. 왜 난 항상 이렇게 힘든 연애를 하게 되는 걸까, 나도 남들처럼 평범하게 연애하고싶다 라며. 그 때 친구가 지나가듯 했던 얘기가 아직까지 일기장에도, 내 머리 속에도 생생하다.
2015년 8월 초, 말그대로 아-무것도 없는 자그레브에 5일을 묵었다. 자그레브에 이미 다녀갔던 많은 사람들이 나에게 반문했다. 대체 3시간이면 다 돌아볼 수 있는, 보통 사람들은 애매하게 시간이 남으면 '그냥 한번 가볼까?'하고 잠깐 거쳐가는 그 도시에 대체 어떤 이유로 그렇게나 오래 묵었는지. 평소의 난 계획적인 사람에 속한다. 매일 밤 자기 전, 혹은 일어나서 오늘은 어떤 일정이 있는지, 그 일정 사이 사이에는 뭘 하는 게 좋을지 생각하곤 그 생각을 지키려고 노력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여행은 최대한 계획 없이 다니고 싶어한다. 아이러니하게도. 항상 이런 내가 아이러니하다고 생각했지만, 평소 계획없이 사는 게 좋다는 친구가 여행만 가면 새벽부터 일어나 계획적으로 명소를 찍고다니는게 좋다고 말하는 걸..
2015년 8월 프라하 공항. 프라하 공항에서 프랑크푸르트로. 그리고 프랑크푸르트에서 1박 후 한국으로 귀국. 2달 동안의 유럽 여행이 끝나기 직전인 날이였다. 아직 하루라는 시간이 남았지만 여행이 당장이라도 끝날 것 같은 기분이 들던 날이었다. 프라하에서의 마지막 코젤을 비우고 남은 시간을 때우던 그 때 정말 갑자기 비가 쏟아져내렸다. 왠지 모르게 우울해졌지만 그 생각을 지우려고 애써 노력했다. 그리고 그 노력처럼 곧 비가 그쳤다. 하지만 비행기 시간은 5시 55분. 아직 1시간이나 남았다. 해가 서쪽으로 기울기 시작했고, 비행기가 출발하기 전 밖을 보았을 땐, 어느새 비가 다시 내리기 시작했다. 밖엔 어둡고 노란색 가로등까지 듬성듬성 켜진 비오는 거리가 펼쳐져 있었다. 그야말로 범죄영화의 첫 장면 같..
어른이 된 우리에게는 이제 두 가지 임무가 있다. 곧, 가는 것과 되는 것(to go and to be)이다. 성숙을 위한 첫 번째 임무는 도전, 공포, 위험 그리고 어떤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가는 것이다. 두 번째 임무는 그것에 대해 인정을 받건 그렇지 않건 간에 단호하게 자신의 길을 가는 것이다. 인정은 다른 사람의 마음 안에 나의 투사(projection)가 함께 만나는 것을 의미한다 데이비드 리코, '사랑이 두려움을 만날 때' 성숙을 위한 첫 번재 임무, To go. 어디론가 가는 것. 도전, 공포, 위험 그리고 어떤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가는 것. 간다는 서술어와 가장 잘 어울리는 명사는 아마도 '여행'이 아닐까. 여행은 항상 나의 꿈이였다. 꿈이여서 그랬을까, 직접 여행을 가겠다고 마음을 먹기까지..